눈 오는 날의 훈련

내가 중대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야간 훈련을 하기로 한 당일, 오후부터 눈이 왔다. 관례에 따라 안전상의 이유로 훈련이 연기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다른 일정이 밀린다는 이유로 강행! 와. 이런 일이?!

18시, 어김없이 훈련 시작. 어둠이 내리고 눈도 내렸다. 간혹가다 들리는 자그락자그락 체인소리와 덜그럭덜그럭 쇳소리. 그리고 적막. 일단 중대장의 임무는 순찰이다. 운전병 대동해서 부대 한 바퀴는 어찌어찌 돌았는데, 다음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어라? 여기가 어디쯤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아까 000(보안)쯤에서 커브 돌았잖아."
"예."
"그러면 여기엔 0000(보안)으로 가는 길이 있을 거구."
"그런데 안보입니다."
"그치?"
"예."
"일단 여기서 기다리자."

눈은 계속 내리고, 마침내 훈련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운전병과 나는 계속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여긴 대체 어디란 말인가? 시계는 눈으로 흐려져있고 바퀴자국 역시 내린 눈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아니, 어디가 길인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눈이 그치고 길이 드러날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교대로 쉬자. 운전하느라 피곤했으니 니가 먼저."
"아닙니다."
"시끄러."
"예."

그러나 나도 곧 무쏘 스포츠의 히터 열기에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운전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진.

"중대장님, 큰일났습니다."
"아.. 아침이냐? 이런!"
"여기 어딘지 아시겠습니까?"
".........."
".........."
"아....하하하......;;;;;;;;"

그렇다. 우리가 있던 곳은 정문도 아니고 활주로 한가운데도 아닌 관제탑 옥상이었다. 뭐, 믿거나 말거나.

by minz | 2009/05/26 16:16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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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5/26 16:45
..........차를 몰고 옥상에?-_-;;;
Commented by minz at 2009/05/26 17:13
눈길을 헤메고 다니다가 멈춘 곳이 알고보니 눈 쌓인 옥상이란 얘기.
라고 이해되지 않나요????
(끄적끄적은 픽션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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